넷플릭스 가격 인상, 배짱일까 합리적 성장 전략일까?

넷플릭스 가격 인상, 배짱일까 합리적 성장 전략일까?

충성도 높은 고객 지닌 넷플릭스 “매출 늘고 현금 유동성 커질 것”

코로나19가 2020년의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넷플릭스는 팬데믹에 지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 30일 발표에서 3분기 기준 올해 유료 가입자 수가 2,810만 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2019년 전체 유료 가입자 수인 2,780만 명을 이미 앞지른 기록이었다. 같은 날 기준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는 1억 9,515만 명, 한국의 유료 구독자 수는 330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팬데믹으로 위기에 몰린 극장과 달리 넷플릭스는 이 재난을 무사히 건너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넷플릭스가 미국 내 구독료를 인상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결정에는 어떤 속내가 자리하고 있을까? 

가격 인상의 주요 이유

지난 10월 29일자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스탠더드 플랜’ 월 구독료를 기존 12.99달러에서 1달러 높은 13.99달러(약 1만 5,000원)로, ‘프리미엄 플랜’은 기존 15.99달러에서 2달러 높은 17.99달러(약 2만 원)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사용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요금제인 스탠더드 플랜은 풀 HD 화질로 두 개의 디바이스를 통해 동시 시청이 가능하며, 4K 고해상도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플랜은 4개 디바이스에서 동시 시청할 수 있다. 반면 하나의 디바이스를 통해 관람하는 ‘베이직 플랜’의 월 구독료인 8.99달러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인상된 가격 정책은 신규 회원에게는 즉시, 기존 회원에겐 두 달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넷플릭스가 미국 내 요금을 인상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이번 인상은 2019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넷플릭스는 10월 초 캐나다에서도 구독료를 1~2달러 인상한 바 있다. 또 이달 중순에는 미국에서 최초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30일 무료 체험 서비스를 중단했다. 

넷플릭스 측은 “구독자에게 더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구독료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쓴 비용은 약 153억 달러(약 17조 8천억 원)였고, 올해 초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는 약 173억 달러(약 20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방을 타깃으로 하는 넷플릭스가 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위협에 안전했던 것은 맞지만 제작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여한 비용은 계획과 차이가 날 확률도 있다. 올해 초 다수의 국가에서 영화 혹은 드라마 촬영이 중단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20년 라인업은 큰 영향이 없지만 2021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한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는 적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일례로 안제이 사프콥스키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드라마 <위쳐>의 경우 올해 초 두 번째 시즌 촬영에 들어갔다 곧바로 락다운으로 인해 제작 중단 사태를 맞았고, 8월 중순 영국에서 촬영을 재개했지만 최근 스태프 중 4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다시 촬영을 중단했다. 이처럼 제작 상황이 수월하지 않은 데 더해 올해에는 계획에 없던 코로나19 방역 비용이 제작비에 추가돼 TV 시리즈 시즌당 방역 비용에만 최소 5백만 달러에서 최대 1천만 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올해의 팬데믹으로 2021년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계획만큼 채우지 못한다면 넷플릭스로서는 외부 콘텐츠를 더 많이 수급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된다면 콘텐츠 수급 비용에도 예상보다 더 큰 예산을 집행해야 할 상황이다. 

미국 증권사 로젠블랫 시큐리티의 애널리스트 버니 맥터낸은 넷플릭스의 가격 인상을 두고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자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올해 3분기에만 전 세계 유료 가입자 수를 220만 명 늘렸지만, 이는 월가가 전망한 수치인 357만 명은 물론 자체적으로 목표로 한 250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처럼 신규 가입자의 증가세가 크지 않은 대신 3분기 기준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 9,515만 명 중 7,308만 명(전체의 약 40%)을 차지할 만큼 지배적인 시장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즉, 이곳은 가입자 성장세를 기대하기보다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가 이번 가격 인상으로 “약 8억 달러 이상 매출이 늘고, 현금 유동성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격 저항이 무색할 만큼의 충성도

그렇다면 구독료 인상에 따른 가격 저항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까? 『블룸버그』는 최근 가격 인상을 감행해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 실적을 기록한 스포티파이를 예로 들며 넷플릭스 역시 “가격 인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가계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가능성”이라는 소극적인 표현을 쓴 것은 과거 북미에서 이뤄진 네 번의 가격 인상 이후 구독자 수가 감소한 경험이 전무한 탓이다. 증가 폭의 차이가 있을 뿐 넷플릭스의 북미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넷플릭스는 인기 TV 시리즈 <더 크라운>의 네 번째 시즌을 비롯해 론 하워드 연출의 <힐빌리의 노래>, 데이비드 핀처 연출의 <맹크> 등 화제작을 가격 인상 이후인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집중 배치해 구독자 유출을 방지할 계획이다. 

사실 넷플릭스 구독자의 플랫폼을 향한 충성도는 매우 높다. 우선 2019년 기준 넷플릭스가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1.3%, 미국에서는 85%에 달하는데, 구독 해지율은 다른 어느 플랫폼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콘텐츠 플랫폼 관련 통계를 다루는 안테나(Antenna)의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20년 7월까지 3년간 미국에서 훌루, HBO 나우, 디즈니플러스 등 다수의 스트리밍 플랫폼이 평균 4~6%대의 해지율을 꾸준히 나타내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할인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해지율이 치솟는 패턴을 보인 반면, 넷플릭스는 최대 해지율이 한때 3%를 약간 상회했을 뿐 꾸준히 2%대를 보여 여느 스트리밍 서비스와 대비했을 때 플랫폼 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버라이어티』의 최근 기사에서도 넷플릭스를 향한 미국 소비자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 통계 분석 플랫폼인 위저(Wizer)의 분석 결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중 연령별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은 단연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분석 대상이 된 18세 이상 65세 미만 연령 그룹에서 전체 사용 순위 1위를 차지했으며, 세부 연령별 순위에서도 ‘55세 이상 65세 미만’ 그룹을 제외한 모두에서 1위를 기록했다. 한편, 55세 이상 그룹은 CBS, NBC, abc, FOX 채널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방송사 채널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3위에 오른 넷플릭스만이 유일하게 그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해당 조사에서 18세 이상 55세 미만 연령 그룹은 모두 넷플릭스를 사용 순위 1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유튜브를 그 다음으로 애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세 이상 35세 미만 연령대의 경우 주요 사용 스트리밍 플랫폼 순위 5 위 안에 전통 방송사의 플랫폼이 전무해, 젊은 시청자의 콘텐츠 소비가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이제는 완전히 안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유튜브의 경우 광고 시청 등을 통해 무료 관람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넷플릭스의 경우 유료 관람을 기본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해당 통계는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즉, 넷플릭스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 속에서 가격 저항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에는 기존 구독자들이 1~2달러 정도로 자신들에게 등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 박아녜스 

http://www.kobiz.or.kr/new/kor/03_worldfilm/news/news.jsp?mode=VIEW&seq=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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