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팬데믹, 글로벌 제작배급사들은 어떤 개봉 전략을 짜고 있나?

길어지는 팬데믹, 글로벌 제작배급사들은 어떤 개봉 전략을 짜고 있나?

서로 다른 배급 전략 구사하는 글로벌 제작배급사들

 

팬데믹으로 인해 극장가의 성수기와 비수기 경계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배급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 『인디와이어』는 11월 14일자 기사에서 팬데믹 이전엔 할리우드 제작사 대부분이 비슷한 전략으로 텐트폴 영화 개봉 일정을 잡았지만, 이제는 제작사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체 OTT 서비스 보유 여부와 제작비 규모 등이 극장 개봉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소니와 파라마운트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넷플릭스나 애플 같은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협력을 택했다면, 모회사가 자체 OTT를 보유한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유니버설은 좀 더 주도적으로 배급 전략을 꾸리고 있다. 『인디와이어』의 기사를 중심으로 할리우드 주요 제작사,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유니버설의 배급 방식과 더불어 2차 봉쇄에 들어간 이 시점, 영국 배급사와 극장의 아트하우스 영화 배급 전략을 살펴본다.

 

든든한 자체 플랫폼 확보했으나 여전히 극장 필요한 디즈니

 

 

디즈니는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지난 해 11월 출시된 디즈니플러스는 팬데믹 기간 구독자가 7천만 명이 넘어섰고, 미국에서만 5천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억 5천만 달러 이상의 고예산 영화를 다수 제작하는 디즈니로서는 안정적인 배급 전략을 택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 결과 선택한 것이 무섭게 성장하는 OTT 플랫폼이었다. 디즈니는 올해의 기대작 <뮬란>과 <소울>을 모두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한다. <뮬란>의 경우 29.99달러의 추가요금을 매겨 PVOD 형태로 공개했다. 디즈니는 <뮬란>의 PVOD 수익을 밝히지 않았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신작 배급 방식으로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작 <소울>은 <뮬란>과 달리 추가요금 없이 디즈니플러스에서 제공한다. 디즈니는 <뮬란>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디즈니플러스의 라이브러리를 두텁게 만들기 위해 기본요금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디즈니는 최근 콘텐츠 제작과 배급 기능을 분리했다. 배급 전담 부서는 콘텐츠 제작부서가 완성한 신작을 스트리밍, 극장 등 어떤 채널로 배급할지 결정한다. 극장 개봉을 당연한 수순으로 인식하던 과거와 크게 다른 행보다. 그러나 『인디와이어』는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위도우>, <상치>, <이터널스> 등 디즈니가 제작하는 블록버스터급 프랜차이즈 영화가 돈을 벌기 위해선 전 세계 규모의 극장 개봉이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디즈니가 이 작품들을 디즈니플러스 또는 PVOD 개봉 형식으로 선뜻 공개하지 않고 개봉을 지연시킨 것이 이 때문이다. 

 

홀드백 무너뜨리며 적극적으로 홈엔터테인먼트에 접근하는 유니버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올해 초 <인비저블 맨>, <트롤: 월드 투어> 개봉 일정이 맞물리며 팬데믹 시대에 맞는 전략 수립이 필요했다. 유니버설의 제프 셀 CEO는 <트롤: 월드 투어>를 VOD로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홈엔터테인먼트를 수용할 것임을 밝혔다. 그때는 모기업 컴캐스트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이 본격 출시되기 전이다. 유니버설의 결정에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는 유니버설 영화를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하지만 보이콧 발표가 있고 세 달여가 지나 AMC는 계획을 철회했다. 나아가 수익의 일부를 공유하는 조건으로 유니버설 재량에 따라 개봉 3주가 지나면 PVOD 시장에서 영화를 공개하는 데 합의했다. 90일로 설정된 미국 극장의 홀드백 기간이 17일로 단축되는 파격적인 합의다. 유니버설은 최근 미국 3위 규모 극장 체인 시네마크와도 유사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버설은 11월 25일 <프리키 데스데이>, <크루즈 패밀리: 뉴 에이지>, 크리스마스엔 <뉴스 오브 월드>의 극장 개봉을 진행하며 일부 작품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제공한다. 지난 6개월간 유니버설은 극장 상영작을 꾸준히 냈고, 극장은 제작사의 홀드백 조건을 받아들이며 공존해왔다. 『인디와이어』는 “팬데믹 이후 극장의 입장이 변할 수도 있지만 기존의 축은 무너졌다”며 “유니버설에겐 윈윈이지만 극장에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테넷>으로 극장 부활 알린 워너브라더스

 

 

워너브라더스는 가장 극장 중심적인 행보를 보였다. 워너미디어의 OTT 서비스, HBO맥스가 북미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지 못하며 서비스 중에서도 많이 뒤처지는 상황이라는 게 이 같은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인디와이어』는 <테넛>을 만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극장을 선호하고, 주요 계열사 DC 코믹스 역시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어필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워너브라더스가 극장 개봉 모델을 중시하는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 <블랙 위도우>, <듄>, <탑건 매버릭> 등 극장가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을 2021년 이후로 미루는 와중에도 워너브라더스는 <원더우먼 1984>의 연내 개봉 계획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결국 OTT와 극장 공동 개봉 소식을 11월 말 발표했다. 북미에선 12월 25일 HBO맥스에서 공개하고 일부 영업 중인 극장과 플랫폼이 출시되지 않은 국가에선 극장 개봉을 진행한다. 한국에선 12월 2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워너브라더스는 최근 기업 오너십 변화, 영화 사업 재편을 거치며 사업이 요동치고 있다. 이 매체는 제이슨 킬러 워너미디어 신임 최고경영자가 스트리밍 사업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지만 영화 제작사업은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2차 봉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영국 아트하우스 극장들

  

 

영국에선 아트하우스 영화 배급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극장들이 2차 봉쇄로 문을 닫은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아트하우스 시네마의 대응 방안을 소개했다. 배급사이자 영화관을 운영하는 커존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커존 홈 시네마’ 중심으로 배급 전략을 빠르게 전환했다. 커존은 작가 영화와 외국어 영화에 특화된 곳으로, 커존의 제이크 게릭 배급전략팀장은 “인디 배급사들은 좀 더 민첩해질 수 있다. 대유행 시작부터 극장 상영에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라며 2차 봉쇄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던 배경을 소개했다. 커존의 최신작 <어바웃 엔드리스니스>는 단계적 거리두기 방안을 택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인버네스 지역에서 개봉하지만 커존 홈 시네마에서도 제공한다. 그는 “영화관이 문을 닫으면 플랫폼에서 개봉할 수 있다는 선택권이 있다. 영화 마케팅 예산이 투입돼 개봉을 일주일도 안 남기고 연기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모던필름(Modern Film)같은 배급사는 큰 타격을 입은 영화관들이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버추얼 스크리닝’ 플랫폼을 운영하며 2차 봉쇄에 대응한다.

 

스코틀랜드 인버네스에 위치한 에덴 코트 영화관의 영화비주얼아트 책임자 폴 맥도날드 테일러는 “우리는 외국어 영화와 예술 영화를 상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영화관을 유지하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라며 “평소, 같이 일하던 배급사들이 큰 도움이 됐고 지금까지 모두 순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관은 인버네스영화제를 개최해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 주연의 <수퍼노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단편 <더 휴먼 보이스> 등 개봉이 연기되거나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 작품들을 상영한다. 그는 영화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이 영화관이 25%의 수용력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비슷한 영화들이 예년에 올린 기록들을 돌아보면 성과는 거의 비슷하다. 우리는 많은 매진을 기록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든 아트하우스 영화관의 사례가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있는 벨몬트 필름하우스는 영국 전역의 2차 봉쇄로 “계획했던 대부분의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라며 극장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건지 지역의 맬러드 시네마 다니엘 필립스 매니저는 상영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2차 봉쇄로 차질이 생겼다며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망스럽고, 답답하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 콘텐츠는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겪은 영화들로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라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어떤 배급 방식이 효율적인지, 어떤 방식이 산업에 이로운지 말할 수 없다. 모두가 처음 맞는 상황에서 각자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며 상황에 대응할 뿐이다. 『인디와이어』는 할리우드 제작사의 다변화된 배급 전략을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영화라는 매체는 그것이 상영되는 방식과 맺고 있던 강력한 연결 관계가 줄어들 것이다. 극장과 관객에겐 손실일지 모르나 영화라는 매체를 위해선 구원일지 모른다.” 이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답을 해줄 것이다. 

 

작성자:  김수빈

http://www.kobiz.or.kr/new/kor/03_worldfilm/news/news.jsp?mode=VIEW&seq=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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