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화제의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의 사회적 역할은?

팬데믹 속 화제의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의 사회적 역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서 2012년에 출시된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가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단지 가십 차원에서 거론된 것이 아니라 게임이용자가 다시 증가하며, 게임 차트 1위에 오르는 역주행도 일어났습니다. 전염병 주식회사가 관심을 모은 것은 단지 팬데믹이라는 전인류적 불행한 사건 때문만은 아닙니다. 전염병 주식회사는 원래 바이러스로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이나, 개발사인 엔데믹 크리에이션 (Ndemic Creations)은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요청으로 전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종식시키는 것이 목표인 새로운 모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데믹은 복잡한 알고리즘에 근거해 게임을 개발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게임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염병주식회사 사례를 통해 재미있는 기능성 게임을 개발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팬데믹 속 화제의 게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며 전염병에 대한 관심과 정보 요구가 높아졌는데, 이런 현상은 게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올해 2~3월에 게임이용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게임은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였습니다. 2012년에 출시된 이 게임은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순위가 오른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산세와 치명률이 신종 플루 등 이전의 감염병에 비해 위험하다보니 게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습니다.

전염병 주식회사는 바이러스로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것을 미션으로 하는 게임인데, 그런 일이 실제 현실에서 발생하자 관심이 고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전문 미디어 가마수트라(Gamasutr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의 다운로드 횟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3% 증가했으며, 매출이익은 201%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기관인 앱애니는 올 2월 1주에 전세계 앱스토어 80 곳에서 전염병 주식회사가 유료 앱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불행한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이지만, 어쨌든 이 게임으로서는 차트 역주행이 벌어진 것입니다.

 

게임 속에 퍼진 전염병

팬데믹 과정에서 게임 좀 한다는 이용자 중에는 일명 ‘피의 학카르’ 사건으로도 불린 ‘오염된 피 사건(Corrupted Blood Incident)’을 떠올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2005년 9월 인기 MMORPG 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안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게임 속에서 발생한 거대 전염병으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레이드 던전 ‘즐구룹(Zul’ Gurub)’의 최종 보스인 ‘학카르’는 ‘오염된 피’라는 강력한 스킬을 사용했는데, 이 기술의 무시무시한 점은 오염된 피의 저주가 주변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전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개발팀에서 설계한 대로 작동한다면 이 오염된 피의 저주는 던전에서 발생한 기술이었기 때문에 해당 던전을 나오게 되면 오염된 피의 저주 효과가 사라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버그가 있었습니다. 바로 펫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죠.

플레이어들이 던전을 나와 다시 도시로 이동한 뒤에 펫을 소환하면 펫들은 여전히 오염된 피에 전염된 상태로 소환되었고 펫 주변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나 NPC들에게도 이 병이 옮겨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버그로 금방 해결될 줄 알았으나, 사건이 점점 심각해지자 유저들의 다양한 행동 패턴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태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블리자드측은 결국 게임의 서버를 아예 셧다운 시킨 후 켜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게임 속 사건은 나중에 전염병 발발 사태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추론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역학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염병 주식회사의 두 번의 변신
                                                                                                 가짜뉴스 모드 추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염병주식회사 게임 속 내용이 현실화되자, 개발사인 엔데믹은 이제 원래 개발 의도와 반대로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종식시키기 위한 모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엔데믹이 현실을 반영해 게임의 모드를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코로나19가 최초 발발한 즈음인 2019년 12월 ‘가짜뉴스(Fake News)’ 모드를 추가했습니다. 전염병 주식회사가 바이러스를 퍼뜨려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것이 미션인 게임이므로, 가짜뉴스 모드의 최종 목표 역시 가짜뉴스로 전세계를 뒤덮는 것이었습니다.

엔데믹은 이 시나리오의 제작을 위해 영국의 풀팩트(Full Fact), 미국의 폴리티팩트(Politifact) 등 여러 팩트체크 조직들과 협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데믹은 가짜뉴스의 전파 및 작동방식이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 속 전염의 알고리즘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엔데믹의 창업자이자 게임 개발자인 제임스 본(James Vaughan)은 “치명적인 전염병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은 우리 사회에 거대한 위협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퇴치 모드 개발

제임스 본에 따르면 엔데믹은 오래 전부터 원래 게임과 정반대 모드, 즉 전염병 확산이 아닌 퇴치 모드를 구축하려 했었습니다. 그러다 엔데믹이 세계보건기구(WHO)나 CEPI5 같은 기관들에 코로나19용 백신 개발 지원을 위해 25만 달러를 기부했을 때, 복수의 관료들이 엔데믹에서 바이러스 퇴치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고 합니다. 엔데믹의 개발자들은 전염병 주식회사를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도움을 줄 감염학 분야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왔기 때문에 WHO의 제안을 기꺼이 수락했습니다.

새로운 모드는 아직 매우 초기 단계에 있지만 포함할 예정인 수많은 기능의 목록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이용자들은 피해국가에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도입하거나 취약한 지역의 국경을 폐쇄하는 등 다양한 위기 대응책을 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제임스 본은 새로운 모드가 결국 플레이어의 처분에 따라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수단 사이에서 균형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능성 게임의 사회적 역할

전체적으로 제임스 본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새로운 모드를 구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의심할 여지 없이 가치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새로운 모드는 게임사와 게임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본은 새로운 모드의 게임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이해’ 하고 ‘성찰’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일단 바이러스를 완전히 통제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승리하게 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었는지도 평가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라고 합니다.

엔데믹은 자신들의 게임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한다고 합니다. 가령,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대해 ‘내가 왜 이것을 해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면서 이 조치로 일상에서 얻게 될 효과를 깨닫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국내 기능성 게임에 주는 시사점

전염병 주식회사는 국내에서도 기능성 게임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능성 게임에 대한 국내의 일반적인 관념에 비추어 볼 때는 다소 파격적이죠. 국내에서 기능성 게임은 게임을 통한 교육적 기능, 신체 및 두뇌 활동의 개선 같은 기능적 효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을 불건전한 무엇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반작용의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전염병 주식회사라는 게임의 목표는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것 입니다. 그러나 전세계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감염 전파가 일어나는지 알게 함으로서 역설적으로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수많은 게임 이용자가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 기능성 게임 개발자들도 게임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에 초점을 둔다면, 더 많은 사람이 흥미를 느껴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 다소 도발적인 테마나 표현방식을 선택하는 것에 너무 주저할 필요는 없을것 입니다. 그러나 다소 도발적인 방식에 대해 사회적 관용을 이끌어 내려면 콘텐츠의 파워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어설픈 기획과 빈약한 구체성으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내, 애초 의도와 달리 게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강화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 집단과의 끊임없는 교류로 게임의 알고리즘을 강화하고 있는 엔데믹의 사례는 기능성 게임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좋은 벤치마크가 될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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